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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뜨지 못한 채 창고에서 발견된 아기 고양이, 구조를 결정하기까지

📑 목차

    1화. 창고에서 울던 눈도 못 뜬 아기 고양이를 데려오기까지의 기록

    눈도 뜨지 못한 아기 고양이를 창고에서 발견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를 결정하기까지의 상황과 초보 보호자가 고려해야 할 초기 판단 기준을 정리한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창고에서 발견된 아기 고양이, 구조를 결정하기까지
    창고 안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의 모습

     

    이 글은 2021년 9월 중하순, 실제로 겪었던 아기 고양이 구조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단순한 감정 회상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어떤 요소들이 구조를 결정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초보 보호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무엇을 먼저 판단해야 하는지를 함께 정리하고자 했다. 반려동물을 ‘입양’한 경험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생명을 책임지게 된 과정이었기 때문에 초기 판단의 기준이 더욱 중요했다.

     

    1. 미세했던 울음소리와 발견까지의 시간

    발견 이틀 전부터 마당 창고 근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는 했다. 하지만 소리는 매우 작았고, 바람 소리나 주변 환경 소음에 섞여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우리 집 창고 안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인식하지 못했고, 멀리서 들리는 아기 길고양이 소리 정도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에는 발정기와 번식기가 겹치며,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울음이 비교적 자주 들리는 편이다. 고양이의 번식기는 보통 봄부터 초가을까지 이어지며, 햇빛 시간이 길고 온도가 비교적 온화한 시기에는 발정과 출산이 활발해진다. 실제로 국내 중위도 환경에서는 9월까지도 발정 주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발견 당시 아기 고양이가 최근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었다.

    이후 우연히 창고 주변을 계속 지나가던 중, 일정한 소리 크기와 패턴의 울음소리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지속적으로 각인 되고 있었다. "창고안에서 나는 소리 이지 않을까?"라는 인지 후 살펴 보았지만 처음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양이는 울음소리조차 거의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숨은 듯한 상태로 있었다. 소리는 분명 들렸지만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고, 가까이 다가가도 반응이 거의 없었다. 짐을 하나씩 들어내고서야 창고 구석 깊숙한 곳에서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매우 어린 고양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방어적 정지 반응에 가깝다. 눈도 뜨지 못한 시기의 새끼 고양이는 위협을 인식했을 때 도망치거나 공격하는 대신, 소리와 움직임을 최소화해 존재를 숨기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적 행동을 보인다. 특히 어미의 보호 없이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는 울음조차 에너지를 소모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자극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더 조용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구조 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유로 고양이가 이미 이동했거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간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긴 채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상태로 버티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시 창고 안에서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이유 역시, 이러한 행동 특성과 공간 구조가 겹친 결과라고 판단했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였고,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울음소리는 구조 요청에 가까웠다. 그제야 이틀 전부터 들리던 소리가 이 아이였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2. 왜 창고 안에 혼자 있었는지에 대한 상황 판단

    발견 당시 창고 문은 닫혀 있었다. 추정해보면, 어미 고양이가 창고 문이 열려 있던 시점에 새끼를 두고 이동했다가, 이후 내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에 의해 문이 닫히면서 새끼가 고립된 것으로 보였다. 어미 고양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초보 보호자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은 이 상황이 ‘기다려야 하는 구조’인지,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눈을 뜨지 못한 상태, 목이 쉴 정도의 지속된 울음, 적어도 이틀 그이상 이였을 수도 있는 지속된 고립 상황을 종합했을 때 자연 상태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처럼 ‘어미가 돌아올 가능성’과 ‘개체의 생존 한계’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초보 보호자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3. 발견 당시 아기 고양이의 상태

    아기 고양이는 눈이 심하게 짓물러 떠지지 않는 상태였고 떨고 있는 동작이 보여 체온 유지가 어려워 보였다. 아직 스스로 이동하거나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이 시기 아기 고양이는 체온 조절, 배변, 섭식 모두 보호자의 도움이 없으면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눈이 붙어 있는 상태는 감염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할 경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4. 즉각적인 격리와 임시 보호 조치

    발견 직후 바로 집 안으로 데려오지는 않았다. 우선 종이 박스를 이용해 임시 공간을 만들고, 다른 공간과 분리해 격리했다. 이는 위생 문제뿐 아니라, 상태가 불확실한 개체를 기존 환경에 바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따뜻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천을 깔았고, 외부 자극을 최소화했다. 이 시점에서는 ‘잘 돌보겠다’는 의지보다, 지금 이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5. 병원 방문을 결정하게 된 기준

    눈의 상태와 전반적인 활력 저하는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이후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방문했고, 진료 결과 허피스 바이러스 진단을 받았다. 눈이 뜨지 못했던 이유 역시 감염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후 병원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아기 고양이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상부 호흡기 감염 중 하나가 고양이 허피스 바이러스였다. 이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거의 없는 신생 고양이에게 쉽게 증상을 드러내며, 특히 눈에 염증과 짓무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당시 내가 발견했을 때 고양이가 눈을 전혀 뜨지 못하고 짓물러 있던 상태 역시, 단순한 외상보다는 이런 감염성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었다. 길 위에서 태어나거나 어미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체온 유지와 면역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눈 소독을 통해 눈을 뜨게 했고, 이후 집에서도 지속적인 소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날 밤, 종이 박스로 급히 만든 임시 공간 안에서 울음을 내던 고양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구조라는 선택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였고,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당장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하기에는 아직 너무 많은 것이 불확실했다. 이 고양이가 어떤 상태인지, 치료가 가능한지, 그리고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의 선택은 입양이 아니라, 우선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정에 가까웠다.

    그렇게 나는 보호자가 되기로 마음먹기 전, 며칠간의 고민을 안은 채 이 고양이를 집 안에 두게 되었다. 다음 단계의 판단은, 병원에서 상태를 확인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경험은 충동적인 구조가 아니라, 상황을 하나씩 판단하며 책임을 선택해간 과정이었다. 눈도 뜨지 못한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다는 결정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환경, 상태, 보호 가능 범위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했다.

    초보 보호자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가’보다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 기록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판단의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고양이 구조 후 돌봄 기록’ 연재 중 1화입니다.

    이후 글에서는 병원 진단 이후의 실제 돌봄 과정과 변화 기록을 이어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