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6화. 배변 이후, 환경을 다시 보게 된 시점
고양이 배변 문제 해결 이후 생활 공간과 동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화장실 구성과 환경 조정 과정을 기록하며 초보 보호자가 관찰 기준을 어떻게 바꿔갔는지를 정리한 돌봄 기록이다.

배변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다시 보게 되었고 돌봄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의 돌봄은 분명히 ‘필수 관리’에 가까웠다. 정해진 시간에 분유를 급여하고, 체중을 재고, 배설 여부를 확인하며 하루를 쪼개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배변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고 나니, 같은 환경인데도 전혀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잘 먹고 있다”, “변을 봤다”라는 결과보다, 왜 이 행동이 이 시점에 나오는지, 그리고 환경이 그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려는 쪽으로 시선이 이동했다.
이 시점부터 돌봄은 더 이상 응급 대응이 아니었다.
관리에서 이해로, 불안에서 관찰로 방향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특히 생활 공간과 동선, 그리고 화장실을 중심으로 한 환경 조정은 이후 돌봄 기준에 큰 영향을 주었다.
1. 화장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와 간이 화장실 선택
화장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지금 이 아이에게 맞는 크기와 형태가 무엇인가’였다. 시중에 판매되는 고양이 화장실은 크기와 가격대가 매우 다양했지만, 성장 속도가 빠른 아기 고양이에게 처음부터 정형화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당장은 현재 신체 크기와 행동 범위에 맞는 화장실을 직접 만들어 주는 쪽을 선택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이가 화장실 안에서 몸을 돌리며 용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키워봤던 강아지의 여러 바퀴 돌며 시작하는 배변 습관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 배설이 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되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고양이가 여유 있게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사이즈를 기준으로 박스를 선택했다.
실제로 고양이는 배변 시 몸을 한 바퀴 돌며 위치를 잡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배설 전후의 긴장 완화와 안전 확인 과정에 가깝다. 공간이 지나치게 좁으면 이 회전 동작이 제한되고, 그 결과 배변 자체를 꺼리거나 화장실 밖에서 실수를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기 고양이가 여유 있게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기준으로 박스를 선택했다.
깨끗한 박스에 출입구를 만들어 주고, 날카로운 부분은 마스킹테이프로 마감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바닥에는 오염 관리가 쉬운 오븐용 기름종이를 깔고 그 위에 두부 모래를 넣어 간이 화장실을 완성했다. 이는 임시적인 선택이었지만, 성장 단계에 맞춰 환경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화장실을 구매하게 되었지만, 성장 단계 초기에 박스를 활용해 공간을 만들어 준 선택은 배변 거부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화장실을 바꿔야 할 시점은 고양이가 알려준다는 점을,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체감하게 되었다.
2. 배변 문제 해결 이후에도 남아 있던 소변 유도의 필요성
대변을 스스로 보게 된 이후에도 소변은 여전히 보호자의 유도가 필요한 상태였다.
분유를 먹인 뒤, 물티슈나 거즈로 항문 주변을 가볍게 톡톡 자극하면 소변은 비교적 바로 나왔다.
중요했던 점은 소변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장소 인식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화장실 위에서 유도를 하면 배뇨가 가능했지만, 스스로 화장실을 찾아가 소변을 보는 모습은 뚜렷하지 않았다.
신생 고양이의 경우 배뇨·배변 반사 자체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되지만, ‘이 장소에서 배설한다’는 공간 인식은 환경 학습을 통해 점진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소변 역시 가능한 한 매번 화장실 위에서 유도를 진행하며, 배설 행위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환경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3. 대변 이후, 냄새와 기억을 남기는 선택
스스로 대변을 본 이후에는 화장실 인식을 조금 더 확실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완전히 깨끗하게 치우지 않고, 아주 소량의 대변을 화장실에 남겨두었다.
또 항문 주변을 닦았던 휴지를 함께 두어, 냄새 정보가 공간에 남아 있도록 했다.
고양이는 시각보다 후각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배설 장소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배변 훈련이라는 표현보다는 환경을 통해 ‘선택지를 좁혀주는 일’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어디서든 배설해도 되는 상황이 아니라, 가장 편하고 익숙한 장소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수렴되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4. 화장실 위치 조정과 공간 분리의 의미
화장실의 위치도 다시 고민했다.
고양이에게 화장실은 단순한 배설 공간이 아니라 영역 인식의 일부다. 잠자는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면서도, 너무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보금자리 박스와 약간 각이 지는 방향, 약 90도 정도 떨어진 지점에 화장실을 배치했다. 사람 기준으로는 한 발짝 정도의 거리였지만, 고양이에게는 ‘기능적으로 분리된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배치였다.
이 시기에는 화장실의 완성도보다 배변 경험이 안정적으로 반복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라 동선의 명확성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이동하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위치, 그러나 잠을 자는 공간과는 분리된 느낌을 주는 배치가 핵심이었다.
5. 두부 모래 선택과 모래 형태에 대한 판단 기준
화장실에는 두부 모래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는 입자가 살아 있는 모래, 특히 벤토나이트 계열의 미세 입자가 배설 본능을 자극하는 데 유리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는 고양이가 본능적으로 흙을 파고 덮는 행동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면 두부 모래는 입자가 비교적 균일하고, 냄새 흡착력이나 응고 방식이 다르며, 일부 고양이에게는 처음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성묘나 이미 특정 모래에 익숙한 고양이의 경우, 모래 변경 시 배설 회피 행동이 나타나는 사례도 보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두부 모래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아기 고양이의 경우 배설 본능보다 환경 안정성과 관리의 일관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빠르게 청결을 유지할 수 있고, 모래가 바닥에 흩어졌을 때 정리 부담이 적다는 점은 장기적인 돌봄 지속성을 높여주는 요소였다.
관찰 결과, 화장실 진입을 망설이지 않았고, 모래를 파고 덮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나타났으며, 배설을 피하거나 엉뚱한 장소를 선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두부 모래라는 재질 자체가 문제 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의 고양이는 모래의 촉감보다 화장실의 위치, 접근성, 주변 자극의 적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화장실이 항상 같은 자리에 있고, 방해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모래 형태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아진다.
결국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이 시기에는 모래의 종류보다 환경의 안정성과 반복성, 그리고 보호자의 관리 가능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배설 회피, 과도한 파기, 화장실 외 배변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면 모래 형태 변경을 우선 고려했겠지만, 현재로서는 두부 모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6. 생활 공간 확장과 행동 반경의 변화
배변 문제가 비교적 안정되자, 행동 변화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환경이 편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신체 성장과 함께 감각·운동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나타난 변화로 보였다.
보금자리 주변에 깨끗한 박스나 책을 쌓아 작은 단차를 만들어 주자, 스스로 올라가 보거나 주변을 탐색하려는 행동이 자주 관찰되었다. 고양이는 성장 과정에서 높낮이 차이를 인지하고 극복하려는 시기를 거치는데, 이때의 오르내리기 행동은 근력 발달뿐 아니라 공간 인식 능력과 균형 감각을 함께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집에 있는 시간에는 네트망 울타리 밖으로 잠시 이동시켜, 줄이나 작은 공을 이용해 거실에서 짧은 놀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시기의 놀이는 ‘운동’보다는 환경 자극에 대한 반응 연습에 가깝다. 짧은 거리의 이동, 시선 추적, 물체를 향한 방향 전환 등은 사냥 본능의 초기 형태이자, 이후 행동 패턴의 기초가 된다.
아직 오랜 시간 걷거나 연속적인 이동은 어려운 상태였지만, 움직임의 빈도가 늘고, 방향을 바꾸는 횟수가 증가했으며,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동은 신경계가 성숙해지면서 자극에 대한 처리 속도와 반응 선택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탐색 행동은 무작위적인 호기심이라기보다, 안전하다고 인식된 공간 안에서 자신의 몸과 환경의 관계를 학습하는 과정에 가깝다. 배변 공간, 휴식 공간, 놀이 공간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는 점차 공간을 ‘사용 목적’에 따라 인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7. 눈과 위생 관리, 닦아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
허피스 바이러스로 인해 눈과 코 주변에는 여전히 딱지가 남아 있었다.
억지로 떼어내는 대신, 수분을 충분히 머금은 거즈로 주변을 촉촉하게 만든 뒤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자 염증 진물은 나오지 않았고, 딱지는 점차 얇아지며 회복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돌봄에는 즉각적인 개입보다 상태를 유지하며 기다리는 선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 시점의 돌봄은 더 이상 긴급 대응이 아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배설이 가능해지자 고양이는 생각보다 스스로 잘 자라고 있었다.
내 역할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편에서는 배변 문제가 안정된 이후, 생활 공간이 조금씩 확장되면서 고양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소리를 내며, 어떤 소리에 반응하며, 보호자를 어떻게 인식하기 시작했는지를 이어서 기록해 보려 한다.
돌봄이 단순한 환경 관리에서 벗어나, 고양이의 감각과 반응을 이해하는 단계로 이동해 가는 과정을 계속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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