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8화.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점의 돌봄 기록
생후 1개월 무렵의 고양이는 보호자의 과한 개입 없이도 스스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분유를 먹는 방식, 물을 마시지 않던 이유, 불안정했던 시야와 몸의 움직임까지 이 시기의 행동을 관찰하며 초보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돌봄의 기준을 정리하였다.

배변 문제와 기본적인 생활 환경이 안정되자, 돌봄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생후 1개월 전후의 고양이를 마주하면, 이 작은 생명이 혹시라도 부족함 없이 자라고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더 먹여야 할 것 같고, 더 도와줘야 할 것 같고,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불안이 앞선다. 나 역시 불안 하였는데 무언가를 더 해줘야 할 것 같다는 조급함보다는,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다.
시간이 지나 그 시기의 기록과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니, 그때의 고양이는 이미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보호자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범위 안에 머물러도 충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시기의 고양이는 여전히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록에서는 ‘무엇을 더 해야 했는지’보다, 무엇을 유지했고 무엇을 굳이 건드리지 않았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 한다.
1. 다양한 관리 개입보다는 기본 관리의 지속성
이 시기에도 변하지 않고 유지했던 관리들은 분명했다.
정해진 시간의 분유 급여, 체중 변화 확인, 배변 유도와 상태 관찰, 수면과 컨디션 체크, 눈과 코 주변 위생 관리 등 이것들은 줄일 수 없는 기본 관리였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은, 이 관리들 외에 추가적인 개입을 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장을 촉진하려 하거나, 행동을 유도하려 애쓰거나,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았다. 고양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반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쪽을 택했다.
2. 분유를 먹으며 보인 ‘붙잡는 행동’의 의미
분유를 먹일 때 고양이는 단순히 입만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 팔을 두 앞발로 꽉 붙잡고, 발톱을 아주 미세하게 세운 채 힘을 주며 빨아들이는 모습이 반복해서 관찰되었다. 처음에는 혹시 불안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 아니면 힘 조절이 안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 행동은 매우 본능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이 시기의 고양이는 아직 독립적인 먹이 섭취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유 과정에서 어미의 몸을 붙잡는 행동이 그대로 재현된다. 앞발로 무언가를 누르듯이 잡고 힘을 주는 동작은 안정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섭취 반사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발톱을 살짝 세우는 것 역시 공격성이나 긴장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먹는 행위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이 시기의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을 멈추게 하거나 교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의 일부임을 알아차리는 일이었다.
3. 기어오르려는 움직임과 다리 힘의 초기 신호
바닥에 앉아 있거나 옷자락이 느슨하게 늘어져 있을 때, 고양이는 그 천을 붙잡고 조금씩 몸을 끌어올리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균형이 완전히 잡히지 않아 금방 미끄러지거나 다시 내려오곤 했지만, 그 시도 자체는 반복되었다.
이 행동은 놀이를 시도한다기보다는, 몸의 사용 범위를 시험하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 생후 1개월 전후의 고양이는 팔다리 근육과 관절의 협응을 배우는 시기에 들어서며, 주변 환경을 ‘이동 가능한 대상’과 ‘붙잡을 수 있는 대상’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옷자락이나 천을 붙드는 행동은 이런 신체 감각 학습의 일부였고, 특별히 제지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 시기의 움직임은 과도하게 도와주기보다, 다치지 않을 환경만 만들어 준 상태에서 스스로 시도하도록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웠다.
4. 소리에 대한 반응과 청각 인식의 확장
생활 공간이 조금씩 확장되면서 소리에 대한 반응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보호자의 목소리,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작은 마찰음에 귀를 쫑긋 세우며 방향을 인식하려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청각 자극을 공간 정보로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고양이는 시각보다 청각과 후각을 통해 환경의 안전성을 먼저 판단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방향을 확인하고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행동은 주변 세계를 정리해 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었다.
분유를 먹는 동안에도 귀가 계속 움직이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완전히 불안한 상태였다면 몸 전체가 경직되었을 것이고, 완전히 이완된 상태였다면 귀 움직임이 줄어들었을 텐데, 먹으면서도 귀를 부드럽게 움직였다는 점은 현재 환경을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식하면서도 감각을 열어둔 상태였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었다.
5. 물그릇을 두었지만 마시지 않았던 이유와 정상 범위 판단
집사의 불안으로 인해 네트망 끝쪽에 물그릇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스스로 마실 수 있도록 접근이 어렵지 않은 위치에 두었지만, 실제로 물을 마시는 장면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수분 섭취가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고양이 행동과 생리적 특성을 하나씩 되짚어 보니, 물그릇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정상 범주에 가까웠다.
생후 1개월 이전의 고양이는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신다’는 개념이 아직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이 시기에는 수분 섭취의 대부분을 분유를 통해 해결하며, 신체 역시 물그릇을 별도의 음수원으로 인식하도록 발달하지 않았다.
특히 분유 급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추가적인 물 섭취 욕구가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행동학적으로도 이 시기의 고양이가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즉각적인 문제 신호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음수량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다른 간접 지표들을 함께 살펴보는 쪽이 더 합리적이었다.
소변이 규칙적으로 나오는지, 피부를 살짝 집었을 때 탄력이 유지되는지, 잇몸이 과하게 마르지 않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신체 반응들이 정상 범위에 있다면 탈수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알고 했던 행동은 아니였지만 물그릇을 두었던 이유도 ‘지금 당장 마시게 하기’보다는 물이 항상 같은 자리에 존재한다는 경험을 쌓게 하는 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유식이나 고형 사료로 전환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음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미리 준비해 두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초보 보호자의 불안이 곧바로 추가 개입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먼저 이해하면, 불필요한 걱정과 과한 조치를 줄일 수 있었다.
6. 초점이 또렷하지 않았던 눈과 시각 발달 단계
당시 고양이를 바라보며 가장 강하게 느꼈던 인상 중 하나는, 눈이 또렷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흔히 ‘사시처럼 보인다’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초점이 정확히 맞아 대상이 또렷하게 보인다는 인상을 받기 어려웠다. 눈동자 색 역시 지금의 맑고 선명한 색과 비교하면 다소 탁해 보였다.
이 역시 발달 단계상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생후 1개월 무렵의 고양이는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고, 양쪽 눈의 초점 조절도 안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것처럼 보이거나, 응시하는 대상이 불분명해 보일 수 있다.
지금의 다 큰 고양이의 눈과 비교해 보면, 당시에는 분명히 ‘보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변화는 돌봄의 결과라기보다,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완성된 감각의 결과였다.
7. 더 잘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이유
이 시기의 돌봄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보호자가 애써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이미 스스로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시기는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기본적인 돌봄만 지켜진다면 고양이는 스스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시기였다.
분유 급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체온이 유지되며, 위험한 환경만 제거되어 있다면, 나머지는 고양이의 발달 리듬에 맡겨도 충분했다. 오히려 과한 개입은 보호자의 불안을 잠시 줄여줄 수는 있어도,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생후 1개월 무렵의 고양이는 보호자의 손길이 전혀 필요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단계도 아니다. 이미 몸은 자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감각은 각자의 속도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이 시점의 돌봄은 더 많은 것을 해주는 방향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관리만 유지된다면, 고양이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기본적인 돌봄만 지켜진다면 고양이는 스스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시기였다.
초보 보호자로서 느꼈던 불안은, 오히려 개입을 줄이고 관찰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가라앉았다.
다음 화에서는 생후 1개월을 넘기며 아기 고양이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을 기록해 보려 한다. 이전처럼 반사적인 반응이 아니라, 행동마다 분명한 목적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환경에 대한 반응 역시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변화 속에서 보호자의 역할 또한 자연스럽게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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